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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르고 흘러,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이브.

거리를 오고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라디오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엔간한 식당들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어요.

제과점의 크리스마스 케잌은 저녁이 되기도 전에 재고가 떨어졌고,

어둠이 내려앉자 여기저기 화려한 장식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합니다.

거리 구석에서 들려오는 성가대의 노래에

잠시 정신이 팔렸던 당신의 외투 주머니 속에서

바스락, 낯선 종이의 감촉이 느껴집니다.

내가 이 주머니에 뭘 넣어뒀었지?

의이한 기분으로 주머니속에 든 것을 꺼내보면

붉은 인장으로 봉해진,

낡은 종이봉투가 나옵니다.

그 내용을 확인해보면....

아,

당신의 머릿 속에 어떤 기억이 떠오릅니다.

벌써 1년 반이나 지난 일입니다.

 

호주의 고저택,

그 속에서 지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악몽.

하지만 저번 초대와는 달리

이번에는 티켓도 동봉되어있지않고,

언제까지, 어디로 오라는 말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 을씨년스러운 고저택을

우리가 우리의 선택으로 무너트리지 않았나요?

이제와서 다시 찾아오라니, 어떻게?

당신은 이 편지를 버렸을 수도 있고,

다른 방법으로 처분했을 수도 있고,

의아해하며 보관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편지때문에 기분을 망치기엔 아쉽죠,

오늘은 다름아닌 크리스마스 이브인걸요!

파티가 있을 수도 있고, 약속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밀린 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편지가 신경쓰인다해도 당장 호주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당신은 잠시 편지는 잊고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기기로 합니다.

그렇게 달은 꼭대기에 다다르고

산타클로스가 루돌프와 함께 상공을 가르며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를 고대하던,

잠든 당신의 눈 앞에 나타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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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우리가 불태워버렸던

바로 그 저택입니다. 

Butterfly

본 홈페이지는 비상업적, 개인적 용도의 홈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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